Archive for June, 2009
어느 A6
Friday, June 26th, 2009이른 아침 등교길,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도로와 신호체계.
상해의 매너없는 운전행위에 짜증을 여자친구에게 잔뜩 토로하기도 했는데, 여친 왈 ” 짜증만 내지말고 상해에서의 운전을 즐겨봐, 운전실력 늘리기 좋은 기회잖아” 그 뒤로 수동적인 운전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꾸면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상해에서 제일 큰 공원인 세기공원 옆을 달리고 있는데 어느 아우디 은색A6 (상해에서 아우디 차는 우리나라 소나타만큼 널려있다) 가 빠르게 나를 제치고 달려가고 있다. 오호~ 나도 이젠 제법 이쪽길에 익숙해져 남들보다 요리조리 잘 빠져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뒤에서 주의깊게 살펴보니 저 차도 이 길에 익숙해 있어 보인다(다른 대부분의 차도 길에 익숙해져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익숙해짐이란 도로사정과 신호쳬계와 다른차들등 운전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며 운전을 한다.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운전을 잘한다’는 목적지까지 최단시간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다. 물론 혼자서 운전할 때.
저 A6 보통이 아니다, 한 구간만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빠른 속력을 유지하며 물고기가 헤엄치듯 적절한 길로 여유롭게 빠져 나간다.
나도 질 수 없지, 가속성능은 제법 괜찮은 토요타 비오스로 따라 붙는다.
나름 열심히 머리를 굴러가며, 큰 버스에 막혀버린 A6를 제치고 앞서 나간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찰나
앞의 삼거리 빨간 신호에 막혀 속도를 줄인다. 그래도 내 한참 뒤에서 신호대기 하고 있겠지 하는데
왼쪽편의 좌회전 도로를 달려나가 파란신호에 맞춰 우회전을 해버린다. 난 저기 뒤에서 이제 파란불에 맞춰 움직일려는데 말이다.
오. 졌다. 지금까지 상해에서 본 가장 운전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은색 A6는 내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가버렸다.




